가온이 쓰는 편지

[스크랩] 2010. 1 / 특 권

최명숙 2010. 1. 9. 19:16

                                           

   쌀 두 포대를 실어다 준 지 두어 달 만에 다시 전화를 받았으니

적어도 한 달 식량이 백미 20k 정도는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이 가정에 쌀을 갖다 주기 시작한 것은 남편이 어느 50대 가장이 사고로 뇌를 다쳐

어려운 상황으로 당장 먹을 쌀이 없다는 연락을 받고부터였습니다.

 

뇌를 다친 그분은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시내에 있는 우리 선교사무실 간판을 보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백미 20k를 두 포대씩 몇 번 실어다 주었지만 이번에는 쌀이 서너 포대 밖에 안 되어

이곳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이 겨울나기에도 어림없는 양이었지만 당장 먹을 양식이 없다는데

우리의 겨울나기를 위해서라고 거절할 수는 없었지요.

 

겨울을 날 양식이 마련되면 봄, 그리고 여름, 가을 이렇게 추수 때가 될 때까지 보장받고

싶어질 것같아 콩 한쪽을 나눠 먹는다는 마음으로 또 두 포대를 갖다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난 다음날, 그러니까 그 가정에 미처 쌀을 갖다 주기도 전에 신기하게도

고마운 단체를 통해서 백미선물이 도착한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풍족하게 채워지는

역사가 이루어졌지요.

 

눈에 보이게 나타나는 행동 못지않게 생각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 하나님은 생각만 해도

우리의 생각과 결단 속에서 역사하시는 분으로 이번뿐만이 아니라 이런 일들은 20여년의

사역 속에서 계속 이어져왔습니다.

 

사역초기에도 자취를 하는 어려운 후배 전도사들이 쌀이 없어서 3일 동안 라면만 먹는다는

말에 조금 가지고 있는 쌀이라도 나누기로 하면 미처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곳으로 부터 성미가 들어오곤 했습니다.

 

간(肝)이식수술을 할 때, 간을 조금 떼어 나누면 체내에서 그 크기가 자라서

온전하게 채워지는 것처럼 나눔의 행위야말로 그분의 섭리에 따라 막힘이 없이

광야에서도 꽃이 피고, 사막에서도 물이 흐르게 하는 기적의 사역이지요.

 

나눔이 '특권'임은 소유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나눌 수 있는 마음을 부여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있어 이러한 특권은 어린 시절부터 드렸던 처절한 기도의 응답입니다.

평생 가족의 도움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보였던 나의 미래를 탄식하는 할머니는

늘 남동생에게 "네 누나는 결국 네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으며 그 말은

어둡고 절망스럽기만 했던 나를 더욱 비참하게 했습니다.

 

그 때부터 부담이 되는 존재가 아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은 내 생애를 건

기도제목이 되었습니다.

"나도 세상 지낼 때 햇빛 되게 하소서, 주여 나를 도우사....

어둔 세상 지낼 때 햇빛 되게 하소서.."

 

작으나마 지금껏 나눔의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내 인간적인 선행이 아니라

참으로 어둡고 막막했던 그 긴긴날에 드렸던 처절한 기도의 응답으로 주신

엄청난 특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특권입니다. 다른 이를 제압하고 짓누르는 저급한 특권이 아닌

'나눔'이야말로 우리가 마음을 비우기만 하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아름답고 행복한 특권이지요.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빌4:11)

 

아직도 봄은 멀었건만 나무가지 끝마다 움이 트는 것처럼 보입니다.

 

출처 : 베데스다 예수마을 (063)464-9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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