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박히는 못
고급 가구일수록 쇠못을 박지 않고
나무 자체로 끼워 맞추거나 나무못으로 고정을 시켜 제작 합니다.
쇠못은 시간이 흘러도 나무와 하나가 되지 못하기에
흠집을 내고 언젠가는 나무가 어그러지면서 못이 튀어나오게 되는 것처럼
사람의 가슴에 박힌 못도 체내에 들어간 음식물처럼 소화되지 않고
늘 아픔으로 남게 되지요.
잊은 줄로만 알았다가도 어느 순간 그 못을 건드릴 때는 전율처럼 찌르르 하게
잊었던 통증이 살아나기도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방문 한 사회복지사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녀의 엄마를 찾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아서 얼떨떨했지만 엄마 쪽에서는 보고 싶다고 하니
원하면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엄마의 얼굴도 모를 뿐더러 그동안 힘들게 살아오면서
자기를 버린 엄마가 많이 원망스러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를 찾았다는 말이 꿈처럼 믿어지지가 않으면서도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이 꼬박 뜬 눈으로 밤을 새우게 했습니다.
이튿날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만나보고 싶다는 그녀의 뜻을 복지사에게 전해줬으니
그녀는 종일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지요.
“...나도 이제 엄마가 있다고, 엄마를 찾았다고 자랑을 하고 싶다...”는 등
이런 저런 말들을 하면서 전화 벨 소리만 나면 바짝 긴장하여 얼굴이 상기된 채
안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튿날 당장에라도 엄마를 만나게 해 줄 것 같았던 복지사는
그쪽에서는 이미 재혼을 하여 가정이 있으므로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도 원하지 않으니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상대방의 입장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 엄마의 입장을 헤아리기에는
한번 버림받은 것도 아픈데 다시 버림을 받아 못 자국 난 자리에 다시 못이 박히는
그녀의 입장이 너무 처참했습니다.
“괜찮아요...옛날처럼 생각 안하고 살 거예요..내가 뭐..엄마하고 산다고 그랬나..
난 여기 예수마을이 좋아..그냥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가 궁금하니까 한번만 보고 싶다는 건데...”
차라리 펑펑 우는 것보다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순간순간 눈시울만 붉어지는 모습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위로를 해주려고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이사야 49:15)는 말씀을 들려줬는데
그녀는 기어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꽃마다 조롱조롱 열매가 되는 날, 부모의 이름이라도 알게 해주려고
주민센타에서 함께 호적등본을 떼어 아빠 엄마의 이름을 알려주자
그녀는 그 종이 서류가 마치 자신의 부모라도 되는 양 좋아하며
소중하게 가슴에 안는 것입니다.
지적장애를 가졌다고 그리움도 없겠는가!
지금도 그녀는 전화 벨 소리만 나면 토끼 귀가 되고 날마다 듣는 까치소리에도
“아침에 제비(까치를 제비로 늘 혼동..)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온다는데...”하면서
따가운 햇살 너머로 먼 산을 바라봅니다.
갖가지 열매로 익어가는 이 초록빛 여름이 그녀의 가슴에 생명력 있는 산소가 되어
아픔도 슬픔도 찬연한 은총의 열매로 익어가기를 바람해봅니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특별히 좋아하는 언니와의 만남의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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